if (!window.T) { window.T = {} } window.T.config = {"TOP_SSL_URL":"https://www.tistory.com","PREVIEW":false,"ROLE":"guest","PREV_PAGE":"","NEXT_PAGE":"","BLOG":{"id":1977371,"name":"inyour","title":"숨","isDormancy":true,"nickName":"LOVEBEES","status":"open","profileStatus":"normal"},"NEED_COMMENT_LOGIN":true,"COMMENT_LOGIN_CONFIRM_MESSAGE":"이 블로그는 로그인한 사용자에게만 댓글 작성을 허용했습니다. 지금 로그인하시겠습니까?","LOGIN_URL":"https://www.tistory.com/auth/login/?redirectUrl=http://inyour.tistory.com/5","DEFAULT_URL":"https://inyour.tistory.com","USER":{"name":null,"homepage":null,"id":0,"profileImage":null},"SUBSCRIPTION":{"status":"none","isConnected":false,"isPending":false,"isWait":false,"isProcessing":false,"isNone":true},"IS_LOGIN":false,"HAS_BLOG":false,"IS_SUPPORT":false,"TOP_URL":"http://www.tistory.com","JOIN_URL":"https://www.tistory.com/member/join","ROLE_GROUP":"visitor"}; window.T.entryInfo = {"entryId":5,"isAuthor":false,"categoryId":872733,"categoryLabel":"PUBLIC/PARAGRAPH"}; window.appInfo = {"domain":"tistory.com","topUrl":"https://www.tistory.com","loginUrl":"https://www.tistory.com/auth/login","logoutUrl":"https://www.tistory.com/auth/logout"}; window.initData = {}; window.TistoryBlog = { basePath: "", url: "https://inyour.tistory.com", tistoryUrl: "https://inyour.tistory.com", manageUrl: "https://inyour.tistory.com/manage", token: "P+SJugmFWgVoo4CACekj4MCaC3OFO0KSQGe+Td7EN/urbYzjiHRlMv197n9BXtP/" }; var servicePath = ""; var blogURL = ""; [국슙] 미완 :: 숨

계획되어 있던 일은 아니었다. 정국에게도, 윤기에게도. 술에 취해 들어온 정국이 윤기가 덮고 있던 이불을 들추고 그 위를 선점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죽어도 콘돔을 쓰지 않겠다며 고집을 피운 것이 이 모든 일의 화근이었다. 힘으로 밀어붙여 오는 커다란 몸뚱이를 손으로 밀어도 보고, 팔뚝에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잇자국을 남겨 봐도 반쯤 날아간 어린 짐승의 이성은 도무지 돌아올 줄을 몰랐다. 간신히 노린 틈으로 손을 뻗어 협탁을 뒤지는 윤기의 팔목을 잡아채고 제지한 것 역시 정국이었다. 한껏 벌어진 다리 사이로 정국의 단단한 몸이 들이닥쳤을 때, 윤기는 여러 가지 의미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 이후로는 둘 다 기억이 없었다. 엉망으로 흔들리던 시야라든가, 난잡한 숨소리, 데일 것 같은 뜨거움 같은 것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흐릿했다. 언제나 차지게 들어붙던 두 몸뚱이의 궁합이 그렇게나 원망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보름이 지나 확인한 테스트기에는 두 줄이 선명했다. 윤기는 깊은 한숨을 쉬며 두 눈을 내리감았고, 정국은 조금 겁에 질린 얼굴로 재킷을 챙겨 들고 나가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윤기는 깜깜한 거실에 멍하니 앉아 배 속의 아기 하나로도 모자라 몸만 다 큰 아이 하나까지 키워야 하는 팔자가 퍽 사납다고 생각했지만, 저지른 일에는 책임을 져야 했다. 정국은 부모님께 얻어맞아 엉망이 된 얼굴로 대학에서의 첫 시험을 치렀고, 윤기는 휴학 신청서를 내고 양가 부모님들께서 마련해 주신 집에 들어앉았다.




*




갓 스무 살이 된 아기의 아빠는 철이 없었다. 아니, 겁이 많았다. 윤기는 정국이 이 모든 상황을 그저 피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국은 같이 살게 된 이후부터 전에는 잘 참여하지도 않던 술자리와 줄곧 가고 싶지 않다며 불평했던 엠티에도 빠지지 않았다. 갈수록 귀가 시간이 늦어졌고, 외박이 잦아졌다. 최근에는 동아리에도 가입을 했다고 했다. 정국이 모르는 사람과 친해지는 것을 피곤해한다는 것,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는 것을 윤기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윤기는 정국에게 '가지 마라', '일찍 들어와라'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아기 몫의 생명과 정국 몫의 책임감까지 등에 업어야 했던 윤기는 그렇게 날이 갈수록 짓눌려만 갔다. 집 안에 지독하게 쌓인 외로움과 정적에 질식사할 것만 같았다.


정국은 휴대 전화를 수시로 만지작거렸다. 일 분 전에 잠갔던 홀드를 풀고, 아무 알림도 들어와 있지 않은 상단바를 또 확인하고, 조금은 안도했다가, 다시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지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윤기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SNS조차 탈퇴해 버린 것 같았다. 살가운 편은 아니었지만 어둡지도 않았던 윤기의 얼굴이 생기를 잃어 간다는 것은 정국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국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의 술자리 같은 게 재미있을 리 없었다. 지갑 속에 들어 있는 아기의 초음파 사진이 '아빠, 아빠'하고 불러 대는 것 같은 착각이 자주 들었지만, 시끌벅적한 사람들 사이에 앉으면 작고 가냘픈 아기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고, 알근하게 취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을 뿐이었다. 취한 와중에도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조금만 더 늦게 끝났으면 하고 바라는 자신이 한심했다. 보고 싶다고, 안아 주고 싶다고, 전부 내 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무섭고 억울한 마음이 드는 자신이 경멸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기다리다 지쳐 잠든 윤기의 마른 몸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못난 연인이었다.




*




"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너는 가만히 있어."

"정국이 오늘만 늦는 거예요."




정국의 어머니께서 손에 무언가를 바리바리 싸 들고 이것만 전해 주러 오셨다며 연락도 없이 와서 미안하다 사과하신 것이 한 시간 전의 일이었다. 싸늘한 냉기만이 서린 집과 반쪽이 된 윤기의 얼굴, 그리고 정국의 부재에 어머니는 노발대발하셨다. 그대로 휴대 전화를 꺼내 드는 그녀의 팔을 붙들고 오늘만 이렇게 늦는 것이라며 변명을 해 보았지만 어머니라는 존재의 위대함 앞에서 얕은 속임수 따위가 소용이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삼십 분 전의 일이었다. 윤기의 고개가 점점 아래로 숙여졌다.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작아지는 어깨가 서럽고 바보 같았다. 그렇게 다 큰 몸으로 여전히 어리기만 한 정국이 조금은 원망스러지는 순간이었다.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와 함께 도어록이 풀리고 온몸에 찬 기운을 안은 정국이 집 안으로 들어섰다. 정국이 외투를 다 벗기도 전에 이야기 좀 하자는 어머니를 따라 두 사람은 작은방으로 들어섰다. 소파 위에서 다리를 당겨 안은 윤기가 자신의 무릎 사이로 얼굴을 푹 묻었다. 이 모든 것이 빨리 지나가기를,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지기를.




*




"니가 제정신이야?"

"아, 뭐가."




정국은 괜히 큰소리를 치는 중이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어머니의 화난 얼굴보다 방에 들어오기 전에 흘긋 훔쳐봤던 윤기의 축 처진 어깨가 정국을 더 거세게 야단치는 것 같았다. 애한테 신경을 하나도 안 쓰는 거냐, 집에 들어앉혀 놓고 돌보지도 않느냐, 쟤가 집 지키는 사람이냐, 니 애 가진 애라는 건 아느냐 등등 쏟아지는 꾸지람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유치한 자존심인 줄 알면서도 반박할 말이 없으니 목소리를 키웠다.




"너 때문에 학교도 쉬고 집에만 있는 애야. 니가 신경 좀 써."

"윤기 형만 인생 망했어?"

"뭐?"

"나도 망했어. 나 이제 스물이야, 애 아빠나 될 나이 아니라고."

"전정국, 입 다물어."

"윤기 형이 애만 안 가졌어도,"




어머니의 손이 기어코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뱉은 정국의 뺨을 매섭게 올려붙였다. 화끈거리는 뺨을 채 자각하기도 전에 무언가를 발견한 정국은 대뜸 알았으니 다음에 이야기하자며 어머니의 말을 끊었다. 갑자기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기가 다 잘못했다며 제발 다음에 이야기하자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뭐라 더 말하지 못하고 등이 떠밀려 신발을 꿰어 신었다. 아직 현관을 나서지도 않은 어머니를 뒤로하고 큰방으로 향하는 아들의 발걸음이 다급했다.




*




어머니의 등 뒤에 작게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건 윤기였다. 보이는 부분이라고는 고작 팔목뿐이었지만 둘의 싸움을 말리러 왔을 게 분명했다. 

'PUBLIC > PARAGRAPH'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짐슈] 낙화  (0) 2016.07.24
[짐슈] B309  (0) 2016.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