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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의 집안 사람들은 대부분 알파 혹은 베타였음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 또한 그랬고 가끔가다 한 번씩 드물게 오메가가 태어나기도 했는데 그게 민윤기였으면 좋겠다 길 가는 사람 붙잡고 집안 어른들이 운영하는 회사들 이름 읊으면 다들 한 번씩은 들어 본 적 있다고 할 정도로 영향력 있고 그러다 보니 콧대도 높고 어떻게 보면 오만하기도 한 그 집안에서 오메가는 공공연한 수치거리였으면


민윤기의 부모님과 형 또한 윤기를 감싸기보다는 방치하는 쪽에 가까웠어서 민윤기의 인생은 어린 시절부터 치열했음 어른들 말씀도 잘 들어야 했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 했고 자신이 어딘가 아프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도 애를 써야 했음 똑같이 노력하고 똑같이 잘해도 늘 형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는 것과 자신이 어딘가 아프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거짓말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가족 모임이 있을 때마다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거나 오메가와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고 싶지 않다는 또래 알파들의 횡포는 예삿일이었고 어른들께 살갑게 인사해 봐도 돌아오는 건 날카로운 시선뿐이었으니 어린 윤기의 정신이 피폐해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음


윤기는 사이클이 가까워질 때마다 극도로 예민해졌음 약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하루에 열 번씩 샤워를 해 대고 집에 가족들이 있을 때에는 냄새가 방 밖으로 새어 나갈지도 모른다며 옷장에 숨어 있기도 하고 단순한 예민함을 넘어선 이상 행동을 보이곤 했는데 사춘기가 지나면서 사람이 아예 바뀌어 버렸으면 좋겠다 눈물도 많고 늘 사랑받고 싶어 하던 어린아이에서 무감한 어른으로 민윤기는 여전히 사람들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열심이었고 아직도 사이클 때마다 샤워를 열 번씩 해 대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베타와만 사귀고 베타 남성과 사귈 때에도 탑 포지션을 고수했지만 겉으로만큼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됐으면



*





시발점은 남자 애인 A와의 데이트에서 A의 후배를 마주치게 되면서부터였음 A를 보자마자 '안녕하세요, 선배.'하고 살갑게 인사해 오는 남자의 이름은 박지민이라고 했음 지민이 테이블로 가까이 다가서자마자 윤기의 얼굴이 경계심으로 약간 굳었지만 박지민은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음 선배님, 데이트 중이신 거예요? 어, 지민아, 너 밥은 먹었어? 같은 철저하게 윤기를 배제한 질문들이 오가고 박지민이 테이블에 착석할 때까지도 윤기는 '안녕하세요.' 같은 형식적인 인사조차 건네지 않음 A가 민망한 듯 '우리 형이 조금 낯을 가려서 그래.'하고 어색하게 웃었지만 윤기의 입술은 도무지 열릴 줄을 몰랐음 골치 아픈 일 투성이였기 때문이었으면 좋겠다 데이트 중에 모르는 사람과 마주친 것도 불편한데 그 사람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 자신이 불편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사람은 모르는 척 눈웃음이나 살살 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망할 인간이 빌어먹을 알파라는 것


약을 챙겨 먹었어도 사이클은 사이클이었음 알파가 가까워지자마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곤두서는 감각에 가뜩이나 없던 입맛마저 싹 떨어져 버린 윤기가 식기를 내려놓음 맛이 없어요? 어디 아파요? 묻는 애인 A의 물음에도 윤기는 대답할 기운이 없었음 그 침묵에 담긴 옅은 신경질은 박지민만 읽었으면 좋겠다 민윤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 질릴수록 나이프질을 하는 박지민 손놀림은 가벼워졌으면 보다 못한 A가 소화제라도 사 오겠다며 지갑을 들고 일어서고 나니 둘만 남은 테이블에는 싸늘한 정적만이 감돌았음



듣던 거랑은 많이 다르시네요.



살얼음판 같은 침묵을 깬 건 박지민이었음 A는 '우리 윤기 형은,'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음 대부분 남자답다 무뚝뚝하다 차가운 것 같지만 다정하다 같은 수식어를 동반하고는 했는데 알파인 박지민이 본 오메가 민윤기는 그 단어들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어서 헛웃음 흘렸으면 좋겠다 권역 안에 들어가자마자 입 안쪽 살을 꾹 물면서도 날카롭게 경계부터 하는 건 귀여웠고 인사조차 해 주지 않는 이상한 고집도 나름 사랑스러웠음 처음으로 건넨 말에 하얗게 질린 얼굴로도 눈을 치켜뜨는 걸 보면서 아, 여기서 칼질을 할 게 아니라 위층 룸 키부터 받아야 하나 하는 실없는 생각으로 이어질 때쯤 윤기의 입술이 처음으로 열림



곱게 밥이나 먹고 가지.



경고라도 하는 듯한 말투에 실소부터 터진 박지민이었음 오메가 주제에 사내 구실 좀 해 보겠다고 이 난리를 치고 있는 게 우스웠던 게 첫째, 그 우습기 그지없는 오메가가 자신에게 경고하듯 말하는 것이 어이가 없다는 게 두 번째 이유였으면 좋겠다 알파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떠돌던 민 씨 집안의 수치에 대한 가십과 사이클을 조절하기 위해 그 독한 약을 들이부었을 오메가의 고충을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것들을 안다고 해서 굳이 배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으면



냄새가 별로 안 나네.



자신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고 냄새를 맡는 박지민의 행동에 민윤기는 거의 패닉 상태였으면 자기도 모르게 파들파들 떨리는 손을 다른 한 손으로 붙들어 누르고 입 안쪽 살 씹으면서 견디는 중인 민윤기를 보고서도 박지민은 아무렇지 않게 하던 말을 이어 감



근데 그게 더 입맛 도는 거 알아요?



자리에서 느릿하게 일어선 박지민이 정신을 못 차리는 민윤기의 멱살을 붙잡아 일으키고 얼굴을 가까이 마주함


   

애피타이저처럼.



속으로 삼켜도 될 말을 기어이 뱉고야 만 박지민의 표정이 여느 때보다도 상쾌했음



*



박지민은 끝까지 민윤기를 머리로만 이해하고 공감해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번번이 웃는 낯짝으로 '꼭 그렇게 살아야 돼요?'라든가 '그냥 받아들이면 편한데.' 같은 속 편한 소리나 해 대면서 매일같이 속을 긁었으면 무시로 일관하던 윤기가 참다 참다 돌아 버려서 '너 같은 새끼가 뭐를 알아.' 개새끼, 정말 싫어.' '죽어 버려.'하고 패악이라도 부리면 반성의 기미는 안 보이고 '형은 미친년처럼 구는 것도 예쁘네요.'하면서 윤기 셔츠 단추부터 풀었으면 하지만 윤기가 알파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가족들에게 소속되고 싶은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주는 것도,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얼굴로 힘없이 누워 있는 윤기의 머리를 만져 주는 것도, 오메가인 윤기를 그대로 사랑해 주는 것도 박지민 하나뿐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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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반류로 전정국은 흑표범 중종, 민윤기는 흰 늑대 중종~중간종이었으면 좋겠음 전정국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웃집에 살던 두 가족은 부모님끼리도 친했음 정국의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는 탓에 정국이 두 살 되던 해부터 바로 옆집인 윤기네에 정국을 매일 맡기게 됨 정국을 보육원에 맡기는 방법도 있었지만 서로 친하기도 했고 정국에게 형이 한 명 생기는 것도 좋을 것 같았기 때문임 말이 또래지 전정국이 두 살 민윤기가 여섯 살이었으니 전정국이 스무 살이 된 지금까지 반 정도는 민윤기가 키워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민윤기가 초등학생일 때 전정국은 거기에 딸린 병설 유치원에 다니고, 중학생일 때는 바로 옆의 초등학교에, 고등학생일 때는 윤기가 다니던 같은 재단의 중학교에 기억이 있을 때부터 징그럽게도 붙어서 다닌 둘이었으면


잘 챙겨 주는 형과 말 잘 듣는 동생의 사이는 오랫동안 순탄했지만 정국의 사춘기가 끝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함 민윤기 눈에는 전정국이 아직도 아침에 유치원에 데려다 놓으면 바짓가랑이 쥐면서 형아 앙 가면 앙 대? 하고 훌쩍훌쩍 울어 대고 자기 방에서 같이 놀다가 저녁에 이제 집에 가라고 하면 침대로 척척 걸어가서는 이불에 얼굴 부비면서 나 자고 가꺼야. 하고 배시시 웃던 어린애인데 전정국은 이제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거였음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아 하기도 했고 실제로도 그렇지 않았으면 민윤기보다 키도 커진 것은 물론이고 혼현 때문에 타고난 피지컬에 운동까지 좋아해서 별명이 근육 돼지였던가 근육 표범이었던가 옛날에는 뭐 시키면 응! 하더니 머리 크고 나서는 못 들은 척 개무시하다가 뒤통수 처맞고 까불어, 새끼가. 하는 소리까지 듣고 예이, 예이, 누구 명령인뎁쇼. 하등한 흑표범은 흰 늑대께서 까라면 까야지. 아이고, 표범 팔자 더럽다. 하면서 민윤기 성질 긁었으면 전정국이 말 끝마치기도 전에 바로 발차기 날아오는데 누가 고양잇과 아니랄까 봐 반응 속도는 더럽게 빨라서 다 피함




그런 둘 사이에 더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건 전정국이 스무 살이 되던 1 월 1 일이었음 열두 시 넘어 새해가 되자마자 민윤기 방문을 벌컥 연 전정국이 마, 민윤기, 하더니 민윤기가 이 정신 나간 고양이 새끼 또 맞먹는다고 쌍시옷 발음 내기도 전에 좋아한다. 하고는 다시 문 쾅 닫고 집에 가 버린 거 핵폭탄 투척하고 쿨하게 돌아간 전정국 때문에 민윤기는 어이가 없었으면 하던 일 할 때는 그냥 웃기고 황당하기만 했는데 침대에 눕고 나니까 전정국의 진지했던 얼굴이 천장에 둥둥 떠다니고 귓가에는 민윤기, 좋아한다. 좋아한다. 좋아한다. 이렇게 에코로 계속 들림 결국 밤새 한숨도 못 자고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밥 먹으러 갔는데 집에 아무도 없다는 핑계로 아침 얻어먹으러 와서는 집주인보다 먼저 식탁 앞에 앉아 있는 전정국 발견하고 멈칫했으면 민윤기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계속 쳐다보면서 맞은편에 앉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머슴밥 퍼먹는 전정국 보고 아, 이 새끼 어제 취했었나 보네. 하고 조금 안도했으면 좋겠다 잠을 못 잔 건 억울했지만 그래도 귀찮아질 뻔했던 일이 금세 정리됐으니 그거 하나 못 참아 줄 것도 없다고 생각했으면


윤기 어머니는 민윤기더러 밥 먹고 설거지까지 해 두라고 하시고는 외출해 버리고 둘이 아무 말 없이 밥만 먹는데 그 많던 밥을 벌써 다 처먹은 전정국이 그릇 들고 일어섬 싱크대에 곱게 놓고 인사도 없이 돌아서려는데 민윤기가 가냐? 하고 물어보니까 발길 다시 돌리고 식탁 근처로 와서 얼굴 한 번 빤히 쳐다보더니 싸가지 상실해서는 야, 하고 부름 민윤기 또 빡 쳐서 대가리 많이 컸다. 하면서 한 대 때리려고 숟가락 드는데 좋아한다고. 툭 뱉더니 트레이닝복 주머니에 손 꽂고 슬리퍼 직직 끌면서 집에 가 버렸으면 좋겠다 누가 일시 정지 버튼이라도 누른 것처럼 넋이 나가 있던 민윤기 현관문 닫히고 나서야 '저, 저거, 저, 미친 새끼.'







그 이후로 계속 그렇게 무뚝뚝한 얼굴로 치댔으면 좋겠다 내가 너 두 살 때부터 딸랑이 흔들면서 놀아 줬던 그 형이라는 건 아냐? 하면 무심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끄덕 내가 너 중학생 때도 업고 다녔었던 건 기억하고? 해도 끄덕 내가 니 학부모 참관 수업도 대신 갔어, 새끼야. 하면 어쩌라는 건지? 하는 태도에 얄미운 얼굴로 어깨만 으쓱 열 받아서 한 대 치려고 하면 손목 탁 잡아채고 꽉 쥐는데 힘이 장난이 아니라서 팔목 부러질 것 같음 정강이 확 까 버리면 그제야 놔 주는 전정국 때문에 민윤기 매일 속이 터졌으면 좋겠다 속이 터지는 건 전정국이 자기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제멋대로 치대기만 해서 그런 것도 있는데 사실은 중종인 전정국이 마음만 먹으면 중간종인 자기를 힘으로 눌러서 자기도 모르게 혼현 튀어나오게 하는 건 일도 아니고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전정국이 원하면 정강이로 날아오는 발차기 하나 못 피할 리 없다는 걸 민윤기 스스로도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으면 애새끼 취급은 자기가 다 하는데 정작 실실 웃으면서 자기를 봐주고 있는 건 전정국이라는 게 첫째, 둘째로는 자기가 노력해도 이길 수 없다는 태생의 한계 때문에 남자로서의 자존심과 고고한 흰 늑대로서의 자존심에 스크래치 잔뜩 생겼으면 좋겠다


전정국은 민윤기가 자기를 싫어해서 거절하는 게 아니라 동생으로만 보여서 진지하게 고민조차 안 해 보는 거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어서 동생이라는 포지션 아쉬울 때만 이용해 먹었으면 그렇게 매번 맞먹으면서 어른들 계실 때만 일부러 들리라는 듯이 크게 형아, 저 오늘 자고 가면 안 대여? ㅎㅎ 하고 귀여운 척해서 거절도 못하게 하는 전정국이랑 그게 가증스러워서 몇 대 패 버리고 싶은 민윤기 그래 놓고 방문만 닫히면 자기 위에 올라타서 입술 맞대고 혀 섞고 옷 찢어 놓는 고양잇과 새끼가 진짜 마음에 안 드는데 일단 어디든 맞붙으면 너무 좋아서 이성부터 날아가고 아무것도 생각 안 나는 개과 형은 대체 이 새끼랑 나한테 이런 속궁합을 내려 주신 이유가 뭘까 하는 고민에 머리가 깨질 것 같고 흑표범은 그런 흰 늑대 보고 느긋하게 웃으면서 혼현이 튀어나오지 않을 정도로만 힘 조절해서 제압하고 홀리는 게 일상이었으면 가끔 민윤기가 정신 차려서 페로몬으로 개수작 부리지 말라고 하면 무릎에 힘 풀려 버릴 정도로 개방해서 풀썩 주저앉은 민윤기 짐짝처럼 들쳐 메고 방으로 데리고 가고 싶다




서로 그렇게 코 꿰일 대로 꿰이고 민윤기가 독립해서 나갔을 때에도 둘 사이에는 변함이 없었으면 좋겠음 어느 날 전정국이 믿는 구석 있다고 옷가지 하나도 안 챙긴 채로 가출해서 무작정 민윤기 집으로 찾아감 현관문 연 민윤기가 전정국인 거 확인하고 뭐냐? 하니까 가출했어. 하고 지나쳐 들어가려는데 민윤기가 팔짱 딱 끼고 벽에 삐딱하게 기대서 남은 틈새마저 발로 탁 막음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아, 왜 이래. 하면서 그냥 돌파하려는 전정국 이마 검지 손가락으로 막고 좋은 말로 할 때 집에 가라. 하는데 물러설 기미가 안 보이니까 내가 너 만나고 깨달은 게 하나 있거든. 하고 말을 이음 덩달아 삐딱하게 서서 뭐라고 떠드는지 들어나 보자는 태도인 전정국임 머리 검은 짐승은 들이는 게 아니라는 옛말 틀린 게 하나도 없다. 하는 민윤기 똑바로 쳐다보던 전정국 오묘한 표정 짓더니 알았어요. 일찍 자. 하고 그냥 돌아가 버림 처음에는 문 앞에 드러눕기라도 할 기세더니 웬일로 순순하게 나오는 전정국이 어디로 새지는 않을지 불안했지만 그것도 잠깐이고 잘 곳 없으면 집에 가서 자겠지 뭐 하고 금세 잊어버리는 천하태평 민윤기였음


다음 날 민윤기 점심 때까지 늦잠 자고 있는데 누가 멀쩡한 벨 놔두고 문을 쾅쾅 두드림 신경질적으로 일어나서 얼굴 잔뜩 찌푸린 채로 문 여는데 머리 샛노랗게 염색한 전정국임 자기 집에 이렇게 함부로 찾아올 인간 그리고 이렇게 무식한 짓을 할 인간은 전정국밖에 없어서 놀랍지도 않은데 하루 사이에 애새끼 머리카락 색깔이 저 모양 저 꼴이 되어 있음 황당해하는 민윤기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머리 노란 짐승은 들어가도 되지? 하고 실실 쪼개더니 문 틈새 비집고 집 안으로 들어갔으면


너 미쳤냐?

뭐가.

내가 너 때문에 머리가 아파.

아, 그거 염색약 냄새 때문일걸.

이 개새끼가.

개는 형이면서.


아침부터 혈압 제대로 올라서 달려들려고 해 놓고는 전정국이 머리에서 염색약 냄새 심하다고 씻겠다고 하니까 또 속옷이랑 수건 손수 챙겨서 얼굴에 집어던지는 민윤기 보고 싶다 자기는 개 아니라더니 샤워 가운만 입고 나와서 민윤기 위에 올라탄 채로 가운 끈 물고 장난스럽게 으르렁. 하는 전정국 보고 싶다 그런 애새끼 보고 헛웃음 흘리더니 그래도 머리 예쁘네. 하면서 머리카락 만져 주는 민윤기랑 만져 주는 손길 기분 좋아서 눈 가늘게 뜨고 가만히 있다가 상체 숙여서 민윤기 꽉 안아 주는 전정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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