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window.T) { window.T = {} } window.T.config = {"TOP_SSL_URL":"https://www.tistory.com","PREVIEW":false,"ROLE":"guest","PREV_PAGE":"","NEXT_PAGE":"","BLOG":{"id":1977371,"name":"inyour","title":"숨","isDormancy":true,"nickName":"LOVEBEES","status":"open","profileStatus":"normal"},"NEED_COMMENT_LOGIN":true,"COMMENT_LOGIN_CONFIRM_MESSAGE":"이 블로그는 로그인한 사용자에게만 댓글 작성을 허용했습니다. 지금 로그인하시겠습니까?","LOGIN_URL":"https://www.tistory.com/auth/login/?redirectUrl=http://inyour.tistory.com/","DEFAULT_URL":"https://inyour.tistory.com","USER":{"name":null,"homepage":null,"id":0,"profileImage":null},"SUBSCRIPTION":{"status":"none","isConnected":false,"isPending":false,"isWait":false,"isProcessing":false,"isNone":true},"IS_LOGIN":false,"HAS_BLOG":false,"IS_SUPPORT":false,"TOP_URL":"http://www.tistory.com","JOIN_URL":"https://www.tistory.com/member/join","ROLE_GROUP":"visitor"}; window.T.entryInfo = null; window.appInfo = {"domain":"tistory.com","topUrl":"https://www.tistory.com","loginUrl":"https://www.tistory.com/auth/login","logoutUrl":"https://www.tistory.com/auth/logout"}; window.initData = {}; window.TistoryBlog = { basePath: "", url: "https://inyour.tistory.com", tistoryUrl: "https://inyour.tistory.com", manageUrl: "https://inyour.tistory.com/manage", token: "Y4WeALw1hG0tplWsUAl3I6hshjAHmAWfIThb4I33uALxkdqFhWsMIMIPIwb4qW+T" }; var servicePath = ""; var blogURL = ""; 숨 :: 숨
낙화
­지­­민 민­­윤­­기

 

 

 

 

 


"결혼해."




퍽 재미없고 무뚝뚝한 고백이었다. 그래서 더 형다웠던 걸지도 모르겠지만. 기껏 바다로 여행을 와 며칠 내내 침대에서 벗고 구르기만 한 것이 아쉬워 돌아갈 때가 되어서야 겨우 옷가지를 챙겨 입고 바닷가로 나온 참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가늘어 빠진 팔다리로 내 목과 허리를 감아 오던 형의 살갗이 데일 것처럼 뜨거웠던 것에 비하면 참 냉랭한 고백이었지.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처럼 칙칙한 하늘과 바람에 드높아지는 파도가 을씨년스러웠다. 나는 고개를 돌려 형을 바라봤고, 형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로 정처 없는 파도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나는 '알겠어요.'하고 짤막하게 대답했고, 형은 여전히 내게 옆얼굴만 보여 주는 중이었다.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선 건 나였다. 형과 바다를 뒤로하고 내딛는 발걸음이 이유 없이 무거웠다. 물 속에 있는 것도 아닌데 물살이 나를 끌어당기는 기분이 들었다.


형은 정확히 한 달 후에 결혼했다.




*




청첩장은 받지 못했지만 굳이 가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결혼 날짜와 예식장의 위치를 묻는 내게 직장 동료들은 바빠서 참석할 수 없을 거라 전해 들었다며 어쩐 일로 시간이 났느냐 묻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는 내 일정의 발원지는 아마 민윤기 팀장님이었으리라. 어지간히도 서툰 남자였다. 언과 행은 견고한 주제에 마음만은 물러 터진 그 남자는 나에게 '오지 말아 달라'는 말 한마디를 꺼내는 것이 그렇게나 어려웠던 모양이다. 남자의 허술한 거짓말을 들춰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 '봐서 가겠다'고 둘러 대며 눈길을 돌렸다. 청첩장에 박힌 신랑의 이름 석 자를 한 번, 장기 휴가를 낸 팀장님의 빈자리를 한 번, 그리고 언젠가 형과 같이 맞췄던 반지를 한 번. 시선이 닿는 곳마다 모두 너였다. 어쩐지 나는 조금 서러워졌다.




*




턱시도를 입은 신랑의 얼굴이 훤했다. 팔다리는 가늘면서 어깨만은 듬직했던 팀장님의 수트 핏이 또 한 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비루먹은 말 꼴을 하고 장가가기를 바랐던 것은 아니었지만 여느 때보다도 하얗고 까맣고 또 단정하게 멋진 것이 참 야속했다. 부러 다른 예비 부부의 식장 앞에 앉아 시간을 죽였다. 잠시 후에는 미련을 죽이러 가야 할 것이다. 오늘이 지나면 마음 또한 죽여야 할 것이다. 죽일 것들이 이렇게나 많다. 이 생에 업을 너무 많이 쌓는다. 지옥에는 어차피 떨어져야 할 터였다. 그래도 아내가 있는 남자를 원하는 것보다는 죄질이 가벼울 거라는 생각이 그나마 나를 위안했다. 


나는 여기에서 초대받지 못한 하객이자, 재판에 회부된 피고인이었다. 신랑의 호적에 신부의 이름이 딸릴 때, 내 호적에는 빨간 줄이 그일 것이다. 그의 수트 포켓에는 부토니에가, 내 수트 포켓에는 주홍 글씨가.




텅 빈 건너편 로비를 오 분쯤 쳐다보고 있었을까. 신랑이 입장하기 위해 입구를 서성거리다 이내 홀 안으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팀장님이 서 있던 언저리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한껏 상기된 얼굴의 예비 부부를 지켜보았다. 결혼식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던 부부들의 경험담이 딱 들어맞았던 것 같다. 무엇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내 연인이었던 팀장님은 왜 저기서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고 있는 건지, 나는 왜 죄지은 사람처럼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이 결혼식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투성이였다.




*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팀장님은 억울할 정도로 말끔하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아니, 사실은 좋아 보였다는 편이 어울린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다지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팀장님은 여느 때처럼 열심히 일했고, 내게 업무를 부탁하기도 했고, 부하 직원들의 실수를 예의 그 무뚝뚝한 목소리와 말투로 지적해 주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는 상심한 얼굴의 직원을 서툴게나마 격려하는 것도, 결혼하고 얼굴이 피었다는 부장님의 농담에 난색을 표하며 아무도 모르게 부끄러워하는 것까지. 팀장님의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아, 둘이 있을 때에도 '지민아'가 아니라 '박지민 씨'라고 부른다는 것, 점심에는 나와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대신 사모님이 싸 주신 도시락을 꺼냈다는 것, 아내가 저녁을 차려 놓고 기다린다며 칼퇴근해 버린 것만 빼면. 일에는 열심이었고, 내게는 성실한 연인이었던 팀장님은 이제 한 여자의 남편이 되어 가정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내 세상에서는 많은 것들이 변했는데, 팀장님만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 보였다. 무감한 얼굴인 팀장님의 강 건너편에서 내 세상은 폐허가 되어 가고 있었다.




사직서를 제출하자마자 부장님과 부서 사람들은 꽤나 서운한 얼굴로 재고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만류해 주었지만 물은 엎질러져 있었다. 그리고 내게는 어떤 의미로 생사가 걸린 일이었으므로. 게다가 '박지민 씨라면 새로운 직장에서도 잘하실 수 있을 겁니다.'하고 살갑게 웃어 주던 하얀 얼굴을 생각하면 백번 옳은 일이었다. 퇴근하는 길에 문득 팀장님 같은 인재 대신 사직서를 내고 다시 직장을 구해야 하는 내 팔자가 기구하게 느껴졌다.


속 한 켠이 이유 없이 헛헛했다.




*




사직서 수리까지 한 달의 시간이 걸렸고, 내가 완전한 무직자가 된 지 이제 열흘째였다.


그리고 형은 사흘 전에 자살했다. 


12 층 신혼집에서 뛰어내렸다고 했다. 떨어지는 느낌이 싫고 무섭다며 사귀는 동안 놀이공원 데이트 한 번을 해 주지 않던 형의 생애 마지막 자유 낙하였다. 형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그 몇 초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를 한 번쯤 떠올렸을까? 영정 앞에 절을 한 번 하고 일어섰다. 절을 한 번 더 할 자신이 없어 멀뚱히 서 있자 부장님이 정신 차리라는 듯 팔을 툭툭 쳐 온다. 이를 악물고 한 번 더 엎드렸다 일어나 허리를 굽히자 바닥으로 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울고 있다는 자각도 없이 실없는 생각부터 스친다. 형도 이렇게 맥없이 떨어졌을까.




수영을 잘했지만 세상의 물살은 거스를 수 없어 내게서 도망친 형이 원망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떨어지는 것을 무서워했지만 중력을 거스르지 않고 세상으로부터 도망쳐야만 했던 형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능력 좋던 냉철한 팀장님도, 행복해 보이던 당찬 신랑도, 이별을 고하던 외강내유한 형도, 모두 도망자였을 것이다. 도망자가 내려놓은 삶의 무게가 문득 내 어깨로 쏟아진다. 나는 형이 이 세상에 남긴 모든 것들을 기꺼이 짊어졌다. 무게가 늘어도 중력 가속도는 일정하다는 것이  애석했다. 조금 더 빨리 떨어질 수, 아니, 조금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이제 오래도록 이어질 형의 마지막 여행에 동행하려 한다. 직장도, 가정도, 세상의 물살도, 회자정리의 중력도 감히 형과 나를 떠밀거나 묶어 둘 수는 없을 것이다. 12 층 베란다에서 형이 느꼈을, 세상에 다시 없을 그 외로움을 달래러 간다.




*




당신과 나,

불러도 불러도 돌아올 수 없네.




'PUBLIC > PARAGRAPH'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슙] 미완  (0) 2016.01.25
[짐슈] B309  (0) 2016.01.16

슈가는 고등학교 선생님 과목은 수학 분필 던지기의 달인이었으면 좋겠음 명중률은 87.13 퍼센트 정도 수업 시간에 나와서 뭐 풀어 보라고 시킬 때도 번호를 그냥 부르는 게 아니라 이항분포 어쩌고 확률변수 X 어쩌고 이때의 분산 나와 하는데 2 분 안에 안 나오면 얻어맞음 어떨 때는 미적분 어떨 때는 수열 범위도 자기 멋대로일 듯 숙제 검사하기 귀찮으니까 우리 그냥 시험을 어렵게 보자 해서 다들 좋아했는데 나중에 전체 평균 보니까 27 점 ㅋㅋ 모르는 문제 물어보러 가면 늘 피곤한 얼굴로 끄적끄적 풀어 주는데 한글은 괴발개발이면서 수식은 깔끔하고 세련되게 쓰는 게 포인트 자리에 없을 때는 보통 양호실에 있음 찾으러 가 보면 커튼 치고 이불까지 꼭 덮고 자는 중 일이 없을 때만 그러는 거라고 우기다가 다음 해에는 담임이나 맡고 절망했으면 좋겠다 차 끌고 왔던 걸 자주 까먹어서 지하철 타고 귀가하는 게 일상이었으면 아침에 출근하려고 나와 보니 내 차가 없네 




셋 중 하나랑 연애질이나 했으면


1. 수업 때마다 아는 게 없으니까 아 우리 선생님 수업 존나 잘한다 이야 대단하다 그래 똑똑하다 이런 느낌으로 턱 괴고 있는 애 민윤기가 고개 딱 들어서 발견하고 분필 끊어서 던지면 그거 한 손으로 받고 쓰레기통에 던지면서 민 쌤, 나이스 샷~ 이렇게 까불거리고 분필 한 번 맞으면 될 걸 나와서 다섯 대 제대로 맞는 양아치 새끼 민윤기 수업 없을 때나 야자 때마다 나와서 손목 끌고 빈 교실에 밀어 넣고 뒷목이랑 허리부터 당겨서 입술 붙임 남들 안 보면 윤기야, 윤기야. 하다가 꼭 처맞음 민윤기 집에서 과외랍시고 따로 가르쳐 줄 때마다 보라는 문제집은 안 보고 내내 민윤기 얼굴만 쳐다보다가 지금 제일 급한 건 성교육이라면서 발목 잡아서 넘어트렸으면


2. 불성실해 보이는 민윤기가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드는 싸가지 없는 모범생 새끼 민윤기가 뭐 풀다가 틀리면 선생님, 거기 틀렸어요. 하면 될 걸 일부러 틀린 숫자 틀린 식으로 틀린 답 도출하게 그냥 두는 타입 가끔 그것보다 빠르고 정확한 풀이도 있는데요. 하고 시건방 떠는데 민윤기가 나와서 설명해 보라는 말도 없이 야, 그렇댄다. 궁금한 새끼는 쟤한테 물어봐라. 하고 수업 종 치자마자 나가 버려서 질문 폭탄 맞는 애 이래 놓고 민윤기가 무거운 것 옮기는 중이면 나눠서 들어 주고 다 아는 문제면서 굳이 음료수 하나 사 들고 교무실 뻔질나게 드나드는 애 자기 감정이 뭔지도 잘 모르는데 자기가 민윤기의 무심함에 상처받고 자기 성 정체성이 흔들리는 중이라는 것을 깨닫고 크게 충격받는 게 귀여울 듯


3. 다른 과목 선생님 심심하면 민 선생, 오늘도 수고해? 하고 엉덩이 툭 화장실 가려고 하면 꼭 같이 간다고 나서다가 정강이 차이고 교사 식당에서 배식 기다리다가 또 엉덩이 주물 답도 없는 변태 새끼 폭탄주 제조에 일가견 있어서 회식 때마다 자기가 민윤기 데려다주려고 집중적으로 먹이다가 자기가 먼저 취해서 택시로 배송당함 폭탄주 제조와 주량은 상관이 없다는 것을 몸소 증명 다른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워낙 바르고 다정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고 선생님들 중에 나이 대가 비슷한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다들 친구 사이에 짓궂게 장난치는 것이려니 함 그런데 사실 침대에서는 미친개라서 민윤기 선생이 느끼는 피곤함의 7 할은 이 인간이 원인이었으면




'PUBLIC > DOODL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짐슈] α ω  (0) 2016.08.01
[국슙] 피스톨즈  (0) 2016.07.25
[국슙] 미완 추가  (0) 2016.07.16
[짐슈] B0309 초고  (0) 2016.07.11
[BTS] 함대물  (0) 201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