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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이제 갓 부사관 된 전정국 하사 태권도 유도 검도 합기도 각종 무술 능통자로 살아 있는 인간 병기 요즘에는 영춘권이라는 중국 무술에 빠져 있음 임관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군기가 바짝 들어가 있는 상태 경례할 때 손이랑 팔부터 시작해서 목소리 말투에 각이 서 있고 군복 상의 하의 셔츠 다림질한 모양새 자체가 다름 시크한 쾌남 상관이 교육 중에 전정국 하사, 이게 뭔지 아나? 하고 질문하면 쿨하게 모릅니다. 하고 뚝 잘라 버리고 뭐 시키면서 각오 한마디 해 보라고 하면 그냥 하겠습니다. 평소에는 이런 이미지인데 술에 취하면 전흥국 됨 말도 안 되는 춤 추면서 다가가서는 정권 지르기 갈기는 게 취미 함대 내에서 비공식 석상 마련될 때마다 스크린에 전흥국_하사_유혈_사태.avi 라는 제목의 동영상 빔 프로젝터로 띄우는 게 개회식 필수 이벤트 영상 속의 전정국 얼굴 벌게져서 엿 같은 춤 추는 데에 대원들 1 차 폭소 정권 지르기로 동료 기절시키는 유혈 사태 장면 나오면 포복절도




김태형: 김태형 원사 IT 분야 기술자 자유로운 영혼 기술은 있는데 전투 때 빼고는 그다지 유용하게 사용하지를 않음 전자화된 개인 사물함 해킹해서 빼낸 속옷 선실 문 앞에 나란히 진열해 놓기 상관들 개인 컴퓨터 해킹해서 AV 훔치기가 취미 심지어 AV가 자기 취향 아니면 원격으로 해당 폴더 강제로 띄워서 보는 앞에서 하나씩 삭제해 버림 전체 삭제가 아니라 꼭 일일이 선택해서 삭제함 내부 통신망으로 몇 개는 제발 남겨 달라고 연락 오면 이봐요, 준위님, 요즘 원사들은...... 한성질 하거든요? 라고 대답하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음 자유분방해도 너무 자유분방함 중요한 보안 프로그램 만들어 놓으랬더니 프로그램에 장난질을 해 두고 잠도 꼭 자기 방에서 안 자고 복도 아무 데서나 쓰러진 것처럼 자고 있음 총통 앞에서 우리 아버지 닮으셨다는 헛소리 해 놓고 히이 웃어 버려서 그날 얼차려만 두 시간 받음 전투 때만은 온전한 정신머리에 진지한 자세 다른 사람 되는 게 신기함




박지민: 박지민 준위 의료 팀 소속 생화학 연구원 김태형 동기지만 진급이 더 빨랐음 다정하고 배려심이 넘치는 편이라 평판 자체는 참 좋은데 까 보면 상사들이 가장 피곤하게 생각하는 능구렁이 새끼 자기 할 일만 똑바로 하면 충분한데 쓸데없이 금전 감각이 뛰어나고 돈의 흐름을 잘 읽는 데다가 일 생겼을 때 빠져나가기는 또 엄청 잘 빠져나감 함대 내에서 심심풀이로 소액 도박 기획 진행 및 거래 금지 품목 밀매와 대금업을 겸하고 있음 감사 나올 때마다 금시초문이라는 듯이 눈 동그랗게 뜨고 예? 제가요? 하고는 앞머리 쓸어 넘기면서 여유롭게 웃는데 어디 한 대 까 버리고 싶을 정도 그놈의 증거가 없어서 문제 증거가 마음에 안 드는 대원 있으면 몸살 나서 의무실 찾아올 때 무좀약 주고 머리가 아프다고 왔는데 각성제가 극미량 포함된 약을 처방해 준다든가 어디가 찢어져서 왔는데 부분 마취를 덜 해 줘서 아픈 듯 안 아픈 것 같은 기분 들게 함 사람을 온돌방처럼 은근하게 갈굼 가늘고 길게 뜨거운 새끼




정호석: 기계 설비 팀 소속 천체 물리 연구원 겸임 중인 정호석 소위 함선 설비 유지 및 보수와 운항 궤도 계산이나 이착륙 가능 여부 파악이 주요 업무 늘 웃는 얼굴에 남의 부탁은 거절도 못하는 타입이라 고생을 사서 함 어느 날 보면 전혀 관련도 없는 부서에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서 그 부서 대원이랑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그 부서에서 일하면 느끼게 되는 고충에 대해 서로 하소연하고 있음 아니 자기 부서 일은? 실없이 웃고만 있는 것 같아 보여도 관찰력이 뛰어나고 기억력이 비상해서 말하지 않아도 알아채고 자기가 관찰해서 추론한 것들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음 단지 입 밖으로 내지 않을 뿐 가끔 무의식적으로 윤 상사, 그렇게 신경 쓰이면 먼저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해. 하는데 예? 저 여자 친구랑 싸운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하면 아, 재정 팀 강 준위랑 헷갈렸나 봐. 하고 무마하는 식 웬만하면 이성을 잃지 않는데 제대로 빡 치는 순간 눈 돌아 버림 닉네임이 제7 함대 31 기 광란의 스패너




김남준: 김남준 중령 폭탄류 능통자 파괴의 신 브레인이기도 해서 승진 더럽게 빠름 현재 김석진 부관으로 일하는 중 똑똑하고 똑 부러져서 뺀질거리기 좋아하는 김석진 일까지 잘 커버함 그런데 일적인 것 이외에서는 나사가 하나씩 빠져 있음 가끔씩 넋을 잃기도 함 상등병 때 폭탄 설치 가장 빨리 완료해서 칭찬받고 해체하는 법을 깜빡 잊어서 삼십 초 만에 두 배로 욕을 처먹은 건 아직도 전설로 남아 있음 대위 때는 무공 훈장 받는 날에 급하니까 자기 스스로 셔츠 다린답시고 까불다가 다 태워 먹어서 웬 희고 노랗고 까만 얼룩무늬 셔츠에 구멍 숭숭 난 바지 입고 왔었음 새로 꺼내서 입으면 되는데 전흥국_하사_유혈_사태.avi 영상 틀기 전에 그날 옷 그렇게 입고 헤벌쭉 웃는 모습 찍힌 초고화질 사진 애피타이저처럼 슬라이드 쇼로 보여 줬으면 좋겠다 그 사진 띄워질 때마다 나라 잃은 표정 지으면서도 그거 내가 그렇게 입고 싶어서 입은 거거든? 하고 자존심 세우다가 함대 내 유행의 선두 주자냐 대단하다 그는 패션계의 혁명이시고 새 바람이시다 이런 식으로 2 차 물살 처맞음 그 놀림거리들 모아서 박물관을 하나 차리지 그러냐는 민윤기 빈정거림에 반박도 못하고 코만 킁 먹으면서 스테이크 난도질 중인 똑똑한 등신




민윤기: 총기류 능통자 함대 내 미친개 민윤기 소령 인생을 편하게 살고 싶으면 민윤기 눈에 띄지 말거나 어깨에 별을 달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 무기력할 때는 앞에서 시끄럽게 안 굴고 방해 안 하고 심기만 안 거스르면 돼서 편한데 괜히 이 또라이 기분 좋을 때 잘못 걸리면 과녁 대신 차렷 자세로 서서 총알이 제발 내 신체발부를 피해 가게 해 주시옵소서 기도하고 있어야 함 제 딴에는 하관들 귀여워해 준답시고 탄흔으로 실루엣 그려 주는데 당하는 입장에서는 환장할 지경 걸어다니는 근육 덩어리들이 대체 어디가 귀엽다고 매일 세워 놓고 총질인지 모를 일 요즘에는 또 단검에 빠져서 칼 맞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피해 다녀야 함 주요 인사 암­­살로 받은 훈장들 표창으로 던지기도 함 개또라이 피지컬이 떨어지는 편이라 급소와 경혈을 다 꿰고 있음 싸움이라도 붙으면 한 번에 끝내 버리려고 주먹이나 팔꿈치로 그런 곳만 골라서 치는데 한 번 제대로 맞으면 반나절은 누워 있어야 함 혀 빼물고 기절한 모습도 사진으로 꼭 찍혀서 어김없이 식전 이벤트 때 전시됨 박지민이랑 척지면 사는 게 피곤해지고 민윤기랑 척지면 살기가 싫어짐 사실 어깨에 별 달면 된다는 말도 무색한 게 김석진이 열 받게 할 때마다 총기 청소 핑계 대고 김석진 사진 벽에 붙여 놓고 권총 소총 기관단총 기관총 저격용 소총 꼴리는 대로 꺼내 놓고 거리 조절해 가면서 난도질




김석진: 김석진 준장 원 스타 계급이 계급이다 보니까 매스컴에 얼굴 비출 일이 많은 데다가 잘생기기도 해서 민간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음 브리핑 영상들 정리해서 올리는 페이지도 있을 정도 그래서 약간 연예인병으로 투병 중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역시 내가 잘생긴 탓인가' 하는 태도로 평정심을 잃지 않는 편 정말 열 받는 일 생겨도 꽃같이 웃고 있는데 돌아보지도 않고 검지만 까딱까딱 뒤에 있는 김남준이 귀 가까이 대면 저것들 다 조져. 그냥 싹 다 밀어 버려. 나긋한 손짓에 신랄한 말투 사람들 시선이랑 카메라 엄청 신경 씀 그리고 희대의 뺀질이 아침잠 하나도 없는 주제에 못 일어나는 척 아, 오 분만. 아, 일 분만. 일도 한 번 하면 지나치게 잘하면서 하기 싫다고 게으름 엄청 피움 사람 피곤하게 하는 방법도 가지가지 김남준이 참다 못해 계급장 값어치 정도는 하시라고 하면 답답하면 니들이 상관 하든가? 다른 부관이 한 달에 받으시는 월급이 얼마인지 생각 좀 하시라고 하면 그 월급 너 다 줄 테니 내 일까지 네가 다 하면 되겠구나! 여느 쓰레기들과는 또 다른 뉴 메타 쓰레기 (New!) 정신나간 함대에서 별 하나 달 정도면 얘도 제정신일 리가 없음 자기 사진 붙여 놓고 미친 것처럼 총질 중인 민윤기한테 가서 누구 사진인지는 몰라도 진짜 잘생겼네. 민 소령, 저 사람한테 질투하나 봐? 하고 유유히 자리 뜨는데 등 뒤로 귀마개 내팽개치는 소리에 이어서 총 쏘는 대신 단검 던져서 꽂는 소리 들리기 시작하면 씰룩거리는 입꼬리 주체가 안 되는 빙그레 쌍놈의 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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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되어 있던 일은 아니었다. 정국에게도, 윤기에게도. 술에 취해 들어온 정국이 윤기가 덮고 있던 이불을 들추고 그 위를 선점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죽어도 콘돔을 쓰지 않겠다며 고집을 피운 것이 이 모든 일의 화근이었다. 힘으로 밀어붙여 오는 커다란 몸뚱이를 손으로 밀어도 보고, 팔뚝에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잇자국을 남겨 봐도 반쯤 날아간 어린 짐승의 이성은 도무지 돌아올 줄을 몰랐다. 간신히 노린 틈으로 손을 뻗어 협탁을 뒤지는 윤기의 팔목을 잡아채고 제지한 것 역시 정국이었다. 한껏 벌어진 다리 사이로 정국의 단단한 몸이 들이닥쳤을 때, 윤기는 여러 가지 의미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 이후로는 둘 다 기억이 없었다. 엉망으로 흔들리던 시야라든가, 난잡한 숨소리, 데일 것 같은 뜨거움 같은 것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흐릿했다. 언제나 차지게 들어붙던 두 몸뚱이의 궁합이 그렇게나 원망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보름이 지나 확인한 테스트기에는 두 줄이 선명했다. 윤기는 깊은 한숨을 쉬며 두 눈을 내리감았고, 정국은 조금 겁에 질린 얼굴로 재킷을 챙겨 들고 나가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윤기는 깜깜한 거실에 멍하니 앉아 배 속의 아기 하나로도 모자라 몸만 다 큰 아이 하나까지 키워야 하는 팔자가 퍽 사납다고 생각했지만, 저지른 일에는 책임을 져야 했다. 정국은 부모님께 얻어맞아 엉망이 된 얼굴로 대학에서의 첫 시험을 치렀고, 윤기는 휴학 신청서를 내고 양가 부모님들께서 마련해 주신 집에 들어앉았다.




*




갓 스무 살이 된 아기의 아빠는 철이 없었다. 아니, 겁이 많았다. 윤기는 정국이 이 모든 상황을 그저 피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국은 같이 살게 된 이후부터 전에는 잘 참여하지도 않던 술자리와 줄곧 가고 싶지 않다며 불평했던 엠티에도 빠지지 않았다. 갈수록 귀가 시간이 늦어졌고, 외박이 잦아졌다. 최근에는 동아리에도 가입을 했다고 했다. 정국이 모르는 사람과 친해지는 것을 피곤해한다는 것,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는 것을 윤기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윤기는 정국에게 '가지 마라', '일찍 들어와라'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아기 몫의 생명과 정국 몫의 책임감까지 등에 업어야 했던 윤기는 그렇게 날이 갈수록 짓눌려만 갔다. 집 안에 지독하게 쌓인 외로움과 정적에 질식사할 것만 같았다.


정국은 휴대 전화를 수시로 만지작거렸다. 일 분 전에 잠갔던 홀드를 풀고, 아무 알림도 들어와 있지 않은 상단바를 또 확인하고, 조금은 안도했다가, 다시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지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윤기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SNS조차 탈퇴해 버린 것 같았다. 살가운 편은 아니었지만 어둡지도 않았던 윤기의 얼굴이 생기를 잃어 간다는 것은 정국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국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의 술자리 같은 게 재미있을 리 없었다. 지갑 속에 들어 있는 아기의 초음파 사진이 '아빠, 아빠'하고 불러 대는 것 같은 착각이 자주 들었지만, 시끌벅적한 사람들 사이에 앉으면 작고 가냘픈 아기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고, 알근하게 취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을 뿐이었다. 취한 와중에도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조금만 더 늦게 끝났으면 하고 바라는 자신이 한심했다. 보고 싶다고, 안아 주고 싶다고, 전부 내 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무섭고 억울한 마음이 드는 자신이 경멸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기다리다 지쳐 잠든 윤기의 마른 몸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못난 연인이었다.




*




"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너는 가만히 있어."

"정국이 오늘만 늦는 거예요."




정국의 어머니께서 손에 무언가를 바리바리 싸 들고 이것만 전해 주러 오셨다며 연락도 없이 와서 미안하다 사과하신 것이 한 시간 전의 일이었다. 싸늘한 냉기만이 서린 집과 반쪽이 된 윤기의 얼굴, 그리고 정국의 부재에 어머니는 노발대발하셨다. 그대로 휴대 전화를 꺼내 드는 그녀의 팔을 붙들고 오늘만 이렇게 늦는 것이라며 변명을 해 보았지만 어머니라는 존재의 위대함 앞에서 얕은 속임수 따위가 소용이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삼십 분 전의 일이었다. 윤기의 고개가 점점 아래로 숙여졌다.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작아지는 어깨가 서럽고 바보 같았다. 그렇게 다 큰 몸으로 여전히 어리기만 한 정국이 조금은 원망스러지는 순간이었다.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와 함께 도어록이 풀리고 온몸에 찬 기운을 안은 정국이 집 안으로 들어섰다. 정국이 외투를 다 벗기도 전에 이야기 좀 하자는 어머니를 따라 두 사람은 작은방으로 들어섰다. 소파 위에서 다리를 당겨 안은 윤기가 자신의 무릎 사이로 얼굴을 푹 묻었다. 이 모든 것이 빨리 지나가기를,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지기를.




*




"니가 제정신이야?"

"아, 뭐가."




정국은 괜히 큰소리를 치는 중이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어머니의 화난 얼굴보다 방에 들어오기 전에 흘긋 훔쳐봤던 윤기의 축 처진 어깨가 정국을 더 거세게 야단치는 것 같았다. 애한테 신경을 하나도 안 쓰는 거냐, 집에 들어앉혀 놓고 돌보지도 않느냐, 쟤가 집 지키는 사람이냐, 니 애 가진 애라는 건 아느냐 등등 쏟아지는 꾸지람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유치한 자존심인 줄 알면서도 반박할 말이 없으니 목소리를 키웠다.




"너 때문에 학교도 쉬고 집에만 있는 애야. 니가 신경 좀 써."

"윤기 형만 인생 망했어?"

"뭐?"

"나도 망했어. 나 이제 스물이야, 애 아빠나 될 나이 아니라고."

"전정국, 입 다물어."

"윤기 형이 애만 안 가졌어도,"




어머니의 손이 기어코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뱉은 정국의 뺨을 매섭게 올려붙였다. 화끈거리는 뺨을 채 자각하기도 전에 무언가를 발견한 정국은 대뜸 알았으니 다음에 이야기하자며 어머니의 말을 끊었다. 갑자기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기가 다 잘못했다며 제발 다음에 이야기하자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뭐라 더 말하지 못하고 등이 떠밀려 신발을 꿰어 신었다. 아직 현관을 나서지도 않은 어머니를 뒤로하고 큰방으로 향하는 아들의 발걸음이 다급했다.




*




어머니의 등 뒤에 작게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건 윤기였다. 보이는 부분이라고는 고작 팔목뿐이었지만 둘의 싸움을 말리러 왔을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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